2/20/2008

텍사스에 대한 오해 몇 가지 ③

<박재용 기자의 텍사스 통신 3>
출처: 한국기자협회 기자통신

텍사스는 땅덩어리가 남한의 7배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주이다. 인구도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많다. 면적이나 인구, 경제력 등을 감안해 보면 웬만한 국가보다 훨씬 큰 것이다. 텍사스도 한때 독립 국가를 이루며 살아간 적이 있었다. 텍사스 공화국(the Republic of Texas : 1836-1845)이 그것이다. 그러나 미 독립 전쟁(the Civil War)으로 10년 정도 밖에 유지되지 못했다.텍산(Texan)으로 불리우는 텍사스 사람들은 다소 거칠지만 자부심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텍사스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 텍사스에도 ‘역사’가 있다.
텍사스 주 의사당 앞에는 6개의 깃발이 나부낀다. ‘스페인 깃발’, ‘프랑스 왕조 깃발’, ‘멕시코 깃발’, ‘텍사스 공화국 깃발’, ‘남부 연방(the Confederacy) 깃발’, 그리고 ‘성조기(the Stars and Stripes)’이다. 텍사스를 지배했던 나라들의 깃발이다. 텍사스 지역의 소유권을 처음으로 주장한 유럽 국가는 스페인이었다. 지난 1519년, 텍사스 해안가를 탐사한 뒤 자신의 영토로 선언한 것이다. 영국 청교도가 메이 플라우어(May Flower) 호를 타고 미 동부 Plymouth Rock에 도착하기 100년 전의 일이었다. 스페인은 텍사스 지역을 계속 방치해오다 1681년 현재의 El Paso 근처에 마을을 세웠다.한때 루이지애나 지방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던 프랑스가 멕시코만 연안의 동부 텍사스 지역을 점령하였으나 여러 가지 악재 - 질병, 기근, 본국의 분쟁 등 - 로 인해 곧 철수하게 된다. 따라서 텍사스는 여전히 스페인 통치하에 놓이게 됐다.

그 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멕시코는 텍사스 지역을 점령하게 된다. 당시 멕시코 통치하의 텍사스는 이질적인 두 문화로 구성돼 있었다. 하나는 멕시코에 근거한 히스패닉(Hispanic) 문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이주 집단인 앵글로(Anglo) 문화였다. 두 문화는 융합되지 않았다. 마침내 1836년 앵글로 텍산(Anglo Texan)은 반란을 일으켰고 승리를 거뒀다. 텍사스가 공화국으로 독립되는 순간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떠들어대는 ‘알라모(Alamo) 전투’가 발생한다. 알라모 전투는 미국에서 가장 신화적인 사건 중의 하나로 남아 있는 전투이다. 당시 요충지인 알라모 요새에는 200명도 채 안되는 텍사스 민병대가 있었다. 멕시코는 정규군 1,800명을 투입해 이 요새를 점령하려 했으나 강한 저항으로 쉽사리 항복을 얻어내지 못했다. 13일간의 전투 끝에 멕시코군은 알라모 요새를 함락시켰다. 텍사스 민병대는 모두 장렬히 전사했다. 물론 멕시코 군도 진이 빠지게 됐다.텍사스 민병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알라모 전투가 발생한 지 45일 뒤, 텍사스 민병대는 샌 하신토(San Jacinto)에서 멕시코 군과 다시 맞붙었는데 이때 나온 유명한 말이 “알라모를 기억하라!(Remember the Alamo!)"였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불타는 복수심으로 텍사스 민병대는 멕시코 군을 크게 물리쳤다. 이 전투의 승리로 텍사스는 멕시코에서 독립해 ‘텍사스 공화국’을 수립했다.

텍사스 주 의사당에 가 보면 두 개의 대형 벽화가 있다. 하나는 알라모 전투를 그린 그림이고 또 하나는 샌 하신토 전투를 그린 그림이다. 이 두 전투가 미국 그리고 텍사스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보더라도 알라모 전투에 대한 서술은 빠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이나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 대첩이 가지는 의미와 비슷하다.그 뒤 텍사스는 독립 전쟁(the Civil War)에서 남부 연방(the Confederacy)에 속했다가 패배한 뒤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의 28번째 주로 편입됐다.

흔히 텍사스인들은 거칠고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그들의 거칠고 직설적인 성격은 사막과 황무지라는 거친 자연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됐을 것이다. 또 멕시코와의 전쟁 당시, 자신들만의 힘만으로 독립을 쟁취한 과거 역사는 텍사스인으로 하여금 강한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다.텍사스 주 의사당에 견학갔을 때 일이다. 우리의 안내를 맡아 준 사람은 텍사스주 본토박이 출신인 청년 Eric이었다. 내가 Eric에게 ‘텍사스인 즉, 텍산(Texan)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을 때 그는 곧장 답변을 하지 못하고 미소만 보냈다. 그러다가 입을 열더니 “목소리가 다소 크고...보수적이며...자존심이 세지 않나요...”라고 수줍은 듯 말하고 이내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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