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박재용 2005/11/22
출처: 한국기자협회 기자통신
지난 9월 말, 허리케인 ‘리타’가 텍사스로 올라온다고 했을 때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걱정을 했다. 만약 텍사스의 유전 지대가 허리케인으로 파괴된다면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거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허리케인의 세력이 약해져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루이지애나 주나 미시시피 주에게는 미안한 말이 되겠지만 같은 남부 지역이더라도 주(州)마다 미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 주와 미시시피 주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것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 텍사스는 사막이다.
물론 텍사스에도 사막은 있다. 텍사스 서부가 사막 지역이다. Monahans Sandhills State Park에 가 보면 약 4000 에이커 정도에 펼쳐진 모래 언덕 장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막 지역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다. 텍사스는 대도시에 전체 인구의 85%가 거주하고 있다. 휴스턴에 약 백 98만 명, 달라스에 백 20여만 명, 샌 안토니오에 백 10여만 명, 오스틴에 67만 명이 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사막과 거리가 먼 지역이다. 텍사스에서 사막은 아주 일부분인 것이다.
처음 달라스 포트워스(DFW) 공항에 내릴 때 비행기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변 지역이 온통 푸른 숲인 것이다. 그때 생각으로는 텍사스에도 숲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지만 그런 오해는 쉽게 풀렸다. 울창한 산림은 아니더라도 거주 지역에는 어느 곳이든 푸른 나무가 심어져 있는 숲이 있었다.
텍사스 대학이 있는 이곳 오스틴도 숲이 많은 언덕 지역이다. 그래서 오스틴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Hill Country’라 부른다. 오스틴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인텔, 델 등 IT 산업체가 많이 분포해 있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지역을 ‘실리콘 밸리’로 부르는데 비해 오스틴 지역은 ‘실리콘 힐’로 부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바로 앞길은 ‘삼성 대로(三星大路)’ (Samsung Boulevard)로 명명됐는데 이 길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이 든다. 세계적인 PC 판매업체인 델(DELL)사의 본사도 이곳 오스틴에 있다. 델사의 창업자인 Michael Dell의 모교가 바로 텍사스 오스틴 대학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텍사스 대학에는 유난히 델 컴퓨터가 많다. 델사는 중간상이나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자사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거나 인터넷으로만 주문을 받아 유통 비용을 크게 줄임으로써 PC업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다른 회사 제품보다 40%나 싼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함으로써 미국 내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텍사스의 최대 도시는 멕시코만 해안 지역(Gulf Coast)에 위치한 휴스턴이다. 이곳에는 미우주항공국(NASA)의 ‘우주 비행 관제센터’가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 기지국을 부를 때 ‘휴스턴’, ‘휴스턴’이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휴스턴에 관제 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근 Beaumont 등에는 정유 시설 등이 있어 휴스턴을 중심으로 석유화학과 우주항공 산업이 발달돼 있다.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폐암 치료를 위해 입원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MD 앤더슨 암센터’도 이곳에 있다. MD 앤더슨 암센터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치료 병원으로 텍사스 주와 텍사스 주립대학에 의해 공동 운영되고 있다.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달라스(Dallas), 멕시코로 가는 중요 관문 중의 하나인 엘 파소(El Paso),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인 알라모 전투 현장(멕시코와의 독립 전쟁)이 있는 샌 안토니오(San Antonio) 등이 텍사스에 있다.이미 텍사스는 사막과 목장을 넘어, 역사의 현장으로서 그리고 반도체와 석유화학, 항공우주, 의료 산업 등 첨단 산업 분야의 본거지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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