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08

텍사스에 대한 오해 몇 가지 ①

글쓴이: 박재용
출처: 한국기자협회 협회보

처음 텍사스로 연수를 간다고 했을 때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좋은 데도 많은데 왜 텍사스냐고 되물어 봤다. 마치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왜 가느냐는 듯이 호기심 어린 표정? 아마 이것은 '텍사스'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어떤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도 여기에 오기 전까지 텍사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뜨거운 태양, 사막, 카우보이, 목장, 선인장, 총싸움 등이었다. 어렸을 때 봤던 헐리우드식 서부 영화의 잔상들이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물론 덥다든지 사막이 있다든지 그런 자연 환경적 이미지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환경의 제약적인 요소도 이곳 텍사스는 자신의 경제력으로 훌륭히 극복해 냈다.

♠ 텍사스는 엄청 덥다.
그렇다. 텍사스는 엄청 덥다. 더운 정도가 아니라 뜨겁다. 야외에 얼마동안 차를 주차시킨 뒤 다시 차를 몰려고 할 때 핸들이 뜨거워서 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차안에 놓아둔 차가운 생수도 금방 뜨거운 물이 된다. 그래서 여기 텍사스에서는 주차시킬 때 차 앞 유리에 차양막을 쳐 둔다. 또 아파트마다 차고가 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 오스틴(텍사스의 州都)의 여름 낮 기온은 보통 화씨 100도 이상이다. 화씨 100도이면 섭씨로 대략 37.7도인데 여름 대부분 날이 화씨 100도를 훌쩍 넘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습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습도까지 높았으면 숨이 막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뜨거운 날씨 덕분인지 오스틴에 있는 모든 공공 건물과 대부분의 주택에는 냉방 시설이 아주 잘 돼 있다. 도서관에 있다 보면 추워서 공부를 못할 지경이다. 그래서 긴 팔과 긴 바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아파트도 마찬가지여서 스위치 하나로 냉난방이 조절된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 전기와 가스로 냉,난방시설이 운용되는데 가격이 무척 싸다. 역시 에너지 주(州)인 텍사스답다.

텍사스는 지난 1866년 유전이 개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2003년 현재 원유 생산량은 3억 6천만 배럴, 천연 가스는 5조 7천억 세제곱 피트이다. 돈으로 환산해 보면 300억 달러 이상으로, 텍사스 경제를 이끌어 가는 큰 축이다.석탄(정확히는 갈탄)도 2001년 현재 4천 5백만 톤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5번째로 많은 양이지만 텍사스는 다른 곳에 석탄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텍사스 주의 자체 전력 생산을 위해 전부 사용한다는 것이다.이처럼 텍사스는 엄청난 지하 자원 때문에 ‘무더위’를 손쉽게 극복하고 있다.물론 텍사스도 무더운 여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은 여름에 비해 무척 짧다. 지금 여기 오스틴도 가을이 찾아 와서 아침, 저녁으로 매우 서늘하다. 밤에 난방 장치를 켜놓지 않으면 냉기 때문에 잠에서 깰 정도이다. 하지만 낮은 여전히 화씨 8,90도를 오르내린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여기서도 감기에 걸린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텍사스는 우리의 생각처럼 매우 무더운 곳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이곳 사람들을 게으르거나 나태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이미 텍사스는 석유 자본으로 무더위를 넘어서 이제는 전자나 반도체, 항공 우주 등 첨단 산업으로 거듭 나고 있다. 무더위가 끼어 들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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